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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책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 찰스 P. 킨들버거, 로버트 Z. 알리버 지음(김홍식 옮김)

 

저자 찰스 P  킨들버거의 위트와 재치가 주제의 심각성에서 느껴질 수 있는 무거움을 경감시켜 준다. 금융위기라는 심

 

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역자가 이야기했듯이 '양천대소를 자아내는 우아한 풍자'가 저자 특유의 장점이자 매혹적인

 

요소이다.

 

 

단연 이 책에서 부각되는 모습은 여러 금융위기의 분석을 통해 나온 공통의 분모이다. 전쟁, 사회변혁, 혁신과 같은 변

 

위요인은 어김없이 투자 기회를 창출하고 그로 인한 광기와 패닉, 결국은 붕괴로 이어진다.

 

 

킨들버거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논점을 크게 분류해보면 시장은 때로는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으며 이 같은 비합

 

리적 행동으로 야기되는 금융위기는 대체로 반복되는 유형을 갖고 마지막으로 패닉과 붕괴로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

 

하게 되면 궁극적 대여자의 필요성과 역할 여부다.

 

 

킨들버거는경제위기의 모델로서 신용팽창에 주목한다. 이는 사실 하이먼 민스키가 처음 개발한 모델이다.

 

전쟁, 사회변혁, 혁신과 같은 변위요인들은 언제나 투자기회를 창출했고 사람들은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게 되면 신용

 

공급이 급격히 증가한다. 늘어난 신용공급으로 인해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자산가격의 상승은 그 무한한 상승을 기대한

 

투기자와 그에 손뼉을 마주치는 금융기관의 광기로 인해 다시 신용이 팽창하게 되는 저자의 표현대로 되먹임효과가 일

 

어나게 된다.

 

 

그러나 신용팽창으로 이루어진 자산가격의 거품은 무한하게 이루어질 수 없고 결국은 거품은 터지고 패닉이 일어나면

 

서 붕괴하기 시작한다. 과연 이 과정에서 궁극적 대여자의 역할과 깊이가 얼마만큼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심도깊고

 

역사적 사례를 비추어 가며 논한다.

 

 

이 책의 초판이 발간되었던 1978년 당시만 해도 자유주의적 경제 사상인 인간의 행동은 합리적이라는 '합리적 기대가

 

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때 비합리적 표현인 '광기'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었던건 역시 킨들버거이기 때문에 가능

 

했을 것이라는 역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다.

 

 

킨들버거느 이 가설에 너무 의존해 인간이 비합리적일 수 있고 시장의 균형점을 이탈시키는 투기적 광기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킨들버거는 [시장은 완벽하게 작동하며 시장에 대한 모든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자유주의 시각도 거부하지만 [시장

 

은 기본적으로 취약하므로 항상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라는 반대의 입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역자 김홍식의 말을 옮겨 본다.

 

'시장은 전체적으로는 잘 작동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기도 하므로 지원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게

 

킨들버거가 이 책에서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