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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오름 탐방기

겨울 한라산 영실코스로 설국을 오르다.




사계절이 다른 한라산. 겨울 이맘때쯤 되면 온통 흰눈으로 덮여 설국으로 변한다.

하늘과 땅이 구별이 안되고 천상의 세계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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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코스로 한라산을 찾았다. 한라산에는 어리목, 영실, 성판악, 관음사, 돈내코 코스 등 5개의 등반

코스가 있지만 그 중 성판악코스와 관음사코스만 정상등반이 허용되고 나머지 코스는 1700m의 윗세

오름까지만 등반이 허용된다. 영실코스로 하산도중 올라오는 등반객들에게서 백록담까지 아직도 멀

었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그렇다면 코스를 잘못 정했다. 정확한 정보없이 산을 오르는 것이다.

                              가 오면 기암절벽 사이로 폭포를 이루던 것이 얼어 얼음폭포를 만들어 낸다.

겨울 한라산의 아름다움과 눈꽃을 감상하기에는 영실코스가 딱이다. 영실휴게소에서 출발하여 영실

기암을 지나 구상나무숲을 거쳐 선작지왓에 다다르면 거대한 백록담화구가 눈앞에 우뚝 솟아있다.


영실코스는 영실휴게소에서 1700m 윗세오름휴게소까지 3.7km정도의 1시간 30분내의 거리로 가장

짧은 코스로 누구나 부담없이 쉽게 오를 수 있다. 안개가 자욱하고 눈보라가 치는 날임에도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등반객들이 이따금씩 눈에 띈다. 그러나 겨울철이면 영실휴게소 아래 주차장에서부터 차

량이 통제되기 때문에 주차장에서 휴게소까지 걸어서 올라오는데도 40여분이 소요된다.


신들이 사는 곳이라는 뜻의 영실(靈室)코스는 뜻 그대로 신령스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특히나 오늘처럼 안개까지 자욱한 날이면 그 신비스러움을 더해는것 같다. 영실휴게소에서 출발하여

곰솔나무 숲을 지나면 몹시 가파른 비탈길이 시작된다. 이 가파른 계단을 숨이 차오를 정도로 20여분
 
오르다 보면 영실기암을 만나게 된다. 제주에서 풍경이 아름다운 곳 10군데를 영주십경이라 하는데
 
이곳 영실기암이 영주십경 중에 한곳이다. 병풍바위와 오백나한 등 형태에 따라 이름 붙여진 기암괴

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맑은 날이면 영실기암 옆으로 서귀포 앞바다의 문섬과 멀리 산방산, 송

악산과 가파도 마라도까지 펼쳐지는 멋진 조망권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무에도 고드름이 언다.

영실기암을 지나면 구상나무숲이 펼쳐진다.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구상나무군락지다. 살아 백년 죽어
 
백년이라고 표현되는 구상나무는 해발 1400m 이상 고산지대에 드넓게 분포한다.

눈발이 나무에 그대로 얼어붙어 나무인지 조각품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아

낸다.

                         하얀 눈밭을 오로지 20여미터 간격으로 서 있는 깃발만 따라 간다. 저 깃발을 놓친다면 ...

이곳을 지나면 드넓은 평원인 선작지왓 평원이 펼쳐진다. 온통 흰눈으로 뒤덮인 평원은 매서운 눈보

라를 치며 자기의 속살을 숨기는 듯 하다. 제주말로 선작지왓의 '선'은 서다의 뜻이고 '작지'는 돌을
 
뜻하며 '왓'은 밭을 의미한다. 즉 '선작지왓'이란 돌들이 서있는 밭을 뜻한다. 하지만 이맘때쯤이면 돌

들은 사라지고 온통 하얀 눈세상과 거센 바람뿐이다. 이 드넓은 평원 끝자락에 우뚝 솟아있는 백록담

의 모습은 한라산의 백미다. 그러나 오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짙은 안개로 몇미터 앞을 분간하

기가 쉽지 않다.


뽀드득거리는 눈길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으며 백록담을 향해 걷다보면 어느덧 윗세오름휴게소가 자

욱한 안개속에서 모습을 들어낸다. '윗세오름'이란 오름 명칭이 아니라 '위에 있는 세오름'이란 뜻이

다. 제주도민들 중에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백록담 아래의 붉은오름, 누운오름,
 
족은오름이 바로 그 세오름이다.

                                                             세오름휴게소가 눈에 묻혀있다.

윗세오름휴게소의 컵라면은 이제 어느 유명연예인 못지 않게 유명세를 탄다. 심지어는 이 컵라면을
 
먹기위해 한라산을 오른다는 사람도 있을 지경이다. 등반객들의 수만큼 수북히 쌓여있는 컵라면과 휴

게소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먹고 있는 모습에 추위가 녹는 듯 하다.


이 윗세오름휴게소를 기점으로 등반로는 영실코스, 어리목코스와 돈내코코스로 나뉘어진다. 어리목

코스로 하산을 하면 2시간 정도 소요되고 돈내코코스는 너무 멀어 겨울철이면 권하고 싶지 않다. 안

전산행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리목코스로 하산을 할까하다 영실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생각하여 그대로 영실코스로 하산 하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은 한결 수월하다. 미끄러움과 안전에만 주의한다면 무난하게 하산할 수 있다. 다만
 
비좁은 등산로로 인해 올라오는 사람과 부딪칠 수 있으니 힘들게 올라오는 사람을 위해 한쪽으로 비

켜주는 것도 산행의 예의가 될 수 있다.

                                                         지고 간 생수병도 금새 얼어버린다.

영실에서 어리목으로 이어지는 등산 코스는 가족 등반이 가능한 비교적 평이한 코스이기는 하나 겨울
 
산행이다. 방한복장과 아이젠은 필수다. 등산로 주변의 샘터도 꽁꽁 얼어붙으니 식수도 꼭 챙겨야 한

다. 입산통제시간은 12시이니 꼭 확인하도록 한다.  한라산 등반객들을 위해 제주시에서 운행하는 셔

틀버스도 있다. 제주시 연동 웰컴센터와 서귀포시 월드컵경기장에서 각각 출발하여 어리목광장까지
 
운행한다. 운행간격은 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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