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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오름 탐방기

김영갑작가의 흔적을 따라 올라간 용눈이오름


제주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다. 그 수많은 오름 중 유독 이 오름에 끌리는 이유가 있다. 그 곳을 가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아름다운 선은 바라보는 이의 숨을 멋게 할 정도다.

김영갑은 생전에 왜 그토록 용눈이오름에 집착했을까. 20년 동안 찍어도 다 못 찍었다는 용눈이 오름의 매력은 무엇일까?  김영갑작가가 해가 지는줄도 모르고 수백번 수천번을 올랐다는 용눈이오름. 이제 겨우 열번 남짓 이 오름을 찾은 나에게도 그 열정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용이 누워있는 모습이라는 이름을 가진 용눈이오름은 높이 88미터의 완만한 오름으로 탐방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체력이 약한 사람도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정상에 올라가면 원형분화구 3개를 볼 수 있는 복합형 화산체로 오름전체가 잔디와 풀밭으로 덮여있는 민둥오름이다. 정상을 천천히 돌면서 바라보는 손지오름, 다랑쉬오름, 동거미오름등의 아름다운 곡선과 이국적인 풍경은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중산간의 깊고 푸른 어둠 속에서 용눈이오름이 윤곽을 드러냈다. 혹은 늙은 어머니의 젖무덤 같고 혹은 젊은 아낙의 둔부를 닮은 오름이다

 

 

 

 

 1960년대에 제주도를 찾은 한 권력자가 오름이 민둥산이라며 녹화를 지시했다고 한다. 그래서 심은 것이 숙대낭으로 불리는 일본산 삼나무. 속성수인 삼나무는 오름 본래의 경관을 해치고 식생마저 변화시켰다. 다행스럽게도 공동목장인 용눈이오름은 방목을 위해 삼나무를 심지 않았다. 김영갑에게 무한한 예술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대는 가고 ‘숲 속의 사랑’은 다시 세상에 나와 바람과 햇살 사이로 그대가 걸어오는 듯 나뭇잎이 흔들리네. 물안개가 시야를 가리던 어느 날, 날더러는 감자 밭에서 시를 쓰라 하고 그대는 무거운 사진기를 짊어지고 사라졌지. 나는 오도가도 못하는 오름 길에서 이슬비를 맞으며 찔레꽃을 보고 있었고. 시는 무엇이며 사진은 무엇인가. 나는 시로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그대는 사진으로 시를 찍고 있었던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오름에 올라가 그대의 발자취를 읽고 있네.’ 이생진 시인의 '김영갑 생각' 중에서


 

 용눈이오름의 능선에 서면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시야에 들어오는 동쪽해안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왼쪽 높은오름 가운데 다랑쉬오름

 

 

 

능선 가운데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가 왼쪽부터 동거믄오름,가운데 손지봉, 오른쪽 높은오름이다.

 

 

 

주차장에서 용눈이오름 능선까지는 10분 거리. 능선을 한바퀴 도는 데도 20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아담하다. 용눈이오름의 수많은 매력 중 하나는 능선 너머로 다랑쉬 오름, 둔지 오름, 따라비 오름 등 중산간의 크고 작은 오름과 한라산이 보이고 눈을 동쪽으로 돌리면 멀리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등 제주도의 동쪽 해안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초여름 장마가 갠 후 잠시 올라본 용눈이오름의 모습은 고요하고 잔잔하게 나의 마음속에 다가온다. 김영갑갤러리를 찾아 김영갑작가의 용눈이오름을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