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통치하는 데서 최악의 만병통치약은 인플레이션이고 그 다음은 전쟁이다. 둘다 단기적으로는 번영을 가져다
주지만 결국은 국가를 파멸로 이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이말에 한가지를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빚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 부실위험이 급증하고 있다고 연일 언론 매체의 첫장을 장식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자유화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방치하며 신용팽창으로 유지되어온 경제성장은 이미 임계
점에 도달하였고 신자유주의의 단기적 번영은 헤밍웨이의 말처럼 이미 파멸의 단계에 들어선 듯 하다.
그동안 과도한 가계의 빚으로 끌여올려진 자산가치가 특히 아파트 등 부동산가치의 하락으로 '하우스푸어'라는 신조어
가 생겨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아니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가계대출이 더이상의 신용공급이 중단되면서 자산가치
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부동산 가치의 하락은 부채상환압력을 가중시키고 그동안 빚으로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끌여올려졌던 자산가치 상승
의 착시현상으로 소득이상의 소비를 해왔던 가계에게는 커다란 타격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부채상환압력으로 카드돌
려막기를 시작하고 그마저도 막히면 사금융을 이용하게 된다. 그러면 정부는 대책이랍시고 저리의 서민금융을 제공하
고 가계는 다시 그돈으로 카드를 막고 사금융에서 빌린 돈을 상환하지만 카드회사는 다시 한도를 늘려주고 가처분소득
이 줄어든 가계는 다시 카드사용을 하게 되며 악성부채가 순환하게 되어 종점에 이르면 대책이 없어지게 된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가계가 처한 현실이고 저자가 말하는 약탈적 금융사회이다.
빚이 발생하는 이 모든 과정에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만을 탓 할것이 아니라 채권자의 의무와 책임, 정부의 문제 등을
모두 묻자고 저자는 말한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햇빛 좋은날 우산을 빌려주고 비가 오면 뺏아버리는 금융기관의
약탈적 행위와 무대책이 대책이라는 신자유주의 사상에 젖어 있는 정부의 정책이 이 모든 사태를 발생시킨 원인이기에
이는 이제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름의 대안도 제시한다.
읽는 내내 가슴속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금융권 관계자들과 금융감독 당국은 여전히 대부업법이 사금융을 양성화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그 주장은 현실을 모르거나 모른척하며 특정세력을 비호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부채는 표면적으로는 자유를 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계약의 형식을 빌려 사람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만드
는 장치일뿐이라는 저자의 말에 100%로 공감한다. 빚은 우리자신의 미래를 담보로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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