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유난히 억새가 춤을 춘다.
한낮의 빛을 받아 눈이 부실만큼 은빛 물결이 오름 전체를 수 놓는다.
항상 이 시기가 되면 찾아오는 오름이 있다. 따라비오름이다.
이 때를 놓치면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아쉬움에 올 가을만해도 세번째다.
표선면 가시리 중산간에 위치한 조용한 오름이 이제는 외지 사람들에게도 유명하리만큼 많이 알려진 오름이다. 가을이
면 온 오름을 뒤덮은 억새가 장관을 연출한다. 비단 억새뿐만이 아니라 3개의 분화구가 있어 제주도의 수많은 오름중
에서도 그 곡선의 빼어남이 용눈이오름과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곳이다.
주위에 모지오름, 장자오름, 새끼오름이 있는데 그 중 이 오름이 할아버지의 위용을 갖추었다하여 땅하래비라 불려지
다 따라비오름이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할아버지 오름이라 불리기에는 그 선이 너무 곱다. 차라리 처녀오름이라
는 명칭이 어울릴 정도로 굼부리와 봉우리를 연결하는 능선이 너무 부드럽다.
평일임에도 오름을 오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주차장에 대형관광버스들이 주차되어 있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었지
만 그래도 사람반 억새반이다. 조용히 바람이 머물고 가던 억새밭이 어느새 소란스런 사람들의 차지가 되어 버린 듯 하
다.
하기야 이 좋은 곳을 독차지 해보겠다는 것은 나만의 이기심이리라. 따라비오름은 가시리 방면에서 진입로가 정비되어
있으나 성읍2리 방면에서 오름 쪽으로 걸어가면서 오름의 오묘한 형상을 관망하는게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선과 선으
로 연결되는 능선의 아름다움은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품으로 찬사를 받을 만하다. 거기에 은빛 물결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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