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해안가에서 바라본 저녁노을
제주시 화북동 별도봉 아래에 곤을동이라는 곳이 있다. 제주4.3사건때 군 작전으로 마을이 전소되고 선량한 양민이 학살당한 아픔을 간직
하고 있는 곳이다. 지금은 마을터만 남아 있어 표지판이 없다면 그것 조차도 확인하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
해안가에서 보면 제주항이 바로 가까이에 보인다. 외항 방파제 공사가 한창이다. 하늘이 깨끗해 노을빛이 좋을것 같아 일부러 해질녘에 마
춰 찾아가 보았다. 예전에는 없던 해안가로 이어지는 데크시설이 별도봉 아래 해안가로 이어진다.
곤을동 마을터
곤을동 해안가에서 본 별도봉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항상 물이 고여 있는 땅이라는 데서 그 이름이 붙여진 이곳 제주시 화북동 곤을마을은 화북천 지류를 중심으로 밧곤을, 가운데곤을, 안곤을
로 나뉘어진다. 곤을마을은 고려 충렬왕 26년(서기 1300년)에 별도현에 속한 기록이 있듯이 설촌된 지 7백년이 넘는 매우 유서 깊은 마을이
다.
주민들은 농사를 주로 했으며, 바다를 끼고 있어 어업도 겸하면서 43호가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았다. 그러나 4·3사건의 와중인 1949년 1월
4일 아침 9시경 군 작전으로 선량한 양민들이 희생되고 온 마을이 전소되는 불행을 겪었다. 이 어찌 슬프고 억울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 당시 모든 가구가 전소되었고 24명이 희생되었다. 초가집 굴묵 연기와 멜 후리는 소리는 간데없고 억울한 망자의 원혼만 구천을 떠도는
구나! 별도봉을 휘감아 도는 바닷바람 소리가 죽은 자에게는 안식을, 산 자에게는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4·3사건으로 하여 이 고장을 지키다 가신 님들의 명복을 두 손 모아 빌면서 다시는 이 땅에 4·3사건과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이 표석을 세운다 -곤을동 표석에 새겨진 문구.
노을빛이 곱게 물들어 간다. 세상의 기쁨과 슬픔, 증오와 분노를 만드는 것은 인간일 뿐 자연은 어김없이 오늘도 여전하다.
자연이 아름답다고 느껴야 하는건 세상사 다 겪어본 어른들의 몫일까? 같이 따라온 작은딸은 노을빛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스마트폰에 빠
져 있다.
벌겋게 타오르던 노을빛도 서서히 사위어간다. 이미 주위에는 어둠이 내려 앉았다. 짧게나마 느껴보는 아름다운 저녁이다.
곤을동 마을은 이제 올레코스가 되어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 차로는 오현고등학교 옆 골목으로 진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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