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에서 모슬포 방향으로 일주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마치 박쥐가 날고 있는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특이한 생김새가
눈길을 끄는 오름이 있습니다.
제주도의 여느 오름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완만한 오름이 아니라 위압적인 수직에 가까운 절벽을 가지고
있는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오름입니다. 어느 위치에서 보아도 박쥐의 나는 형상을 닮았다 하여 바굼지오름이라 불리우
는 단산입니다.
급격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바위산을 따라 20여분 오르다 보면 정상에 도달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오름들이 평이한 등
반로라고 하면 그에 비해 약간의 땀방울을 흘려야 할 정도로 가파른 등산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풍광에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사가 연발 쏟아져 나옵니다. 산방산이 손에 잡힐 정도로 가까
이 있고 형제섬, 송악산으로 이어지는 장관은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제주도에서는 보기 드물게 평야지대가 이 곳 단산아래 펼쳐지고 구름에 휘감겨 있는 한라산은 신비로운 모습을 한층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가지고 있는 오름이 제주도에 또 있을까 싶습니다.
기슭에는 석천이라 불리우는 남샘과 제주도의 유형문화재인 대정향교가 있습니다. 대정향교는 원래 대정성안에 창건
되었다고 터가 좋지 않다고 하여 두어번 옮겨지다 현 위치로 이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고즈넉한 옛 향교
뒤로 보이는 단산이 더 운치있게 보이더군요. 이 곳에 추사 김정희가 유배시절 쓴 현판도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느껴왔던 제주도 오름의 이미지를 완전히 불식시킬만큼 특이하고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오름입니다. 정상
에서 바라보는 빼어난 풍경 또한 여느 오름에 뒤쳐지지 않습니다. 여행 중에 꼭 올라볼만한 오름으로 추천하고 싶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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