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와 그 적들 I - 칼 포퍼 지음(이한구 옮김)

 

 

「무엇보다 가장 으뜸가는 원칙은 여자든 남자든 아무도 지도자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의 마음도 전적으로 자기 스스로 무언

 

가를 하게끔 습관화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열성적으로 하는 것이든 장난삼아 하는 것이든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사람들은 전쟁 때나 한

 

창 평화로운 때에 그의 지도자에게 눈을 돌려 그를 따라야 한다. 그리고 사소한 일까지도 지휘를 받아야 할 것이다. 예컨대 그렇게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을 때만 잠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움직이거나 씻거나 먹거나 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사람들은 오랜 습관에 의해 결

 

코 독립적 행동을 꿈꾸지 않고 전혀 그런 짓을 할 수 없게 되도록 자신의 영혼을 길들여야 한다.」

 

 

서구 정치, 사회, 철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 중의 한명인 플라톤의 말이다. 이 한마디에 플라톤의 모든 정치사상이 담겨 있다고 나

 

는 생각한다. 칼 포퍼는 플라톤의 정치 철학을 비판한다. 당시 철학자 들은 플라톤의 위대함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플라톤의 정치 철학이

 

순진하고 무해한 것이라고 믿었다. 칼 포퍼는 이러한 믿음에 반대하며 플라톤의 정치 철학에는 사기와 폭력, 인종차별, 우생학 등 끔찍한

 

전체주의자의 악몽이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칼 포퍼에 의하면 불변의 규칙이나 전통적 권위에 의존하는 마술적 사회나 부족사회 혹은 집단적 사회는 닫힌사회이며 이성과 자유, 타인

 

에 대한 박애의 신념으로 개개인이 개인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회는 열린사회이다. 열린사회는 비판을 수용하는 사회이며, 더 나아가

 

진리의 독점을 거부하는 사회로서 여기서는 아무도 독단적인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열린사회에서는 비판받지 않아도 좋을 절대적 진리

 

란 용인되지 않으며, 내가 틀리고 당신이 옳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통용되어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된다. 반면에 닫힌사회는 전체주의

 

적 사회이며, 역사주의에 기초한 사회이다. 역사주의는 전체 역사의 과정이 냉혹한 역사의 법칙에따라 필연적으로 전개되어 간다는 교설이

 

다.

 

 

칼 포퍼는 특정한 계획이나 목표에 입각해 사회 전체를 개조하는 사회혁명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특정한 목표 또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 전체를 재조직하려는 혁명가들의 동기는 고상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청사진이 옳고 훌륭하다는 근거는 없다. 그들이 국가권력을 장악

 

한 다음 그 청사진에 따라 재조직한 사회가 혁명 이전의 사회보다 확실히 훌륭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정의, 평등, 인간해방 등 혁명가들

 

이 내거는 목표가 무엇이든 어떤 추상적인 선을 실현하기 위해 폭력으로 사회를 재조직하는 혁명은 반드시 전체주의 독재로 귀결된다. 이

 

것이 그의 주장이다. 불행하게도 20세기 세계사나 우리의 현대사를 보더라도 그의 말이 옳았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그래서 포퍼는 추

 

상적인 선을 실현하려고 혁명을 하기보다는 현실의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기 위한 사회적 개혁과 개량에 집중하자고 호소한다.

 

 

전체주의와 사회주의의 몰락과 더불어 열린사회의 이념은 퇴조하는 듯했다. 열린사회의 적이 사라진 상황에서 사멸한 적들에 대한 공격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열린사회의 적들은 모습을 바꾸어 새롭게 등장하면서 여전히 우리가 추구하는 열린사회를 위협

 

하고 있다. 열린사회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지금도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Posted by 조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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