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현대사 - 유시민 지음
없는 것을 지어내거나 사실을 왜곡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을 선택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인과관
계나 상관관계로 묶어 해석할 권리는 만인에게 있다. 저자 유시민은 이 권리를 소신껏 행사했다. 그가 말했듯이 냉정한 관찰자가 아니라 번
민하는 당사자로서 우리 세대가 살았던 역사를 돌아본다. 과거를 회고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라면
서.
이 책은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이 4ㆍ19혁명으로 하야하고 이듬해 5ㆍ16군사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18년 동안이나 박정희 대통령 독재가 이
어지던 시절부터 약 55년 동안의 기록이다.그는 이 기간 동안 현대사의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큰 줄기로 삼고 저자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을
잔가지로 삼아 엮어냈다. 특히 박정희 정권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인 눈으로 그 공과(功過)와 산업화 과정을 고찰하면서 '산업화를 위한 독
재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후 전두환 정권은 불필요한 독재의 연장이었을 뿐이며, 노태우 전 대통령은 가장
평가절하돼 있으나 그의 대북정책만큼은 높이 사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때 드높은 결기가 빛나던 멋진 시절이 있었고, 김
대중 전 대통령은 공안통치를 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으로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권력의 권위주의를 내려놓은 확고한 민주주의자였다고 평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ㆍ경제ㆍ대북정책 모든 면에
서 별 기대를 하기 어렵고, 지난 2012년 대선 때 51%의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현명한 선택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교학사 교과서 파동과 문창근 총리 후보자의 역사의식 문제로 또다시 얼룩진 우리 현대사를 본다면 그 이름에 걸맞는 역사는 역사 그
자체 안에서 방향감각을 찾아내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만이 제대로 된 역사관을 갖는 듯 싶다. 우리가 어딘가에서 왔다는 믿음은 우
리가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믿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미래의 진보능력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사회는 과거의 진보에 대한 관심도
이내 포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볼 때 '우리의 역사관은 우리의 사회관을 반영한다'라는 E. H. 카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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