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매력에 또 한번 빠져들게 만든다. 진화생물학자가 아니라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었어도 성공했으리만큼 논리적이면서도
간결하고 생생한 비유와 힘이 느껴지는 문체를 가지고 있다. 도킨스는 이 책에서 인간을 포함한 동물 행동에 대한 난해했던 문제들을 유전
자의 관점에서 풀어 나간다.
도킨스가 소개하는 유전자는 다음과 같다.
"40억 년 전 스스로 복제 사본을 만드는 힘을 가진 분자가 처음으로 원시 대양에 나타났다. 이 고대 자기 복제자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그것들은 절멸하지 않고 생존 기술의 명수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아주 오래 전에 자유로이 뽐내고 다니는 것을 포기했다. 이제 그것들
은 거대한 군체 속에 떼지어 마치 뒤뚱거리는 걷는 로봇 안에 안전하게 들어 있다. 그것들은 원격 조종으로 외계를 교묘하게 다루고 있으며
또한 우리 모두에게도 있다. 그것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다. 그것들을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존재를 알게 해주는 유일한 이유이다.
그것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들의 생존 기계이다.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짜 넣은 로봇 기계이다. 이 유전자의 세계는 비정한 경쟁, 끊임없는 이기적 이용 그리고 속임수로 가득차 있다.이것은 경쟁자 사이의 공격
에서 뿐만 아니라 세대 간 그리고 암수 간의 미묘한 싸움에서도 볼 수 있다. 유전자는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에 원래 이기적
이며 생물의 몸을 빌려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동물의 이기적 행동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타적 행동을 보이는 것도 자신과
공통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기발한 발상인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유전자의 기능과 사실 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관점이 아
니라 유전자의 관점이라는 점이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만은 다르지 않을까?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은 맹목적으로 유
전자가 하라는 대로 따르지 않고 유전자의 전제적 지배에 반역할 수 있지 않을까? 도킨스는 인간의 특유한 문화속에 모방의 단위가 될 수있
는 문화적 전달자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 단위를 밈(meme)이라고 정의하였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으며 이 지구에서는 우
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는 도킨스의 마지막 말에 그나마 위안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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