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중산층은 공동화 되어 간다. 중산층의 소득은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고 중산층과 부유층의 간극은 벌어지고 있다. 오늘날 세계가 시장제도로 지배되는 자본주의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
러나 그 자본주의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최고의 효율적 제도라는 교조적 믿음에 근거한 자연의 법칙인양 당연시해온 결과가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자본주의는 심한 낭비와 심각한 불평등, 심한 고통이다.
경제적 최상위층은 생산에 기여한 것이 많아 그 엄청난 부를 누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특권과 지위를 이용하여 사회적 생산으로
부터 터무니없는 양을 빼앗아 가는 지대 추구로 일관하고 있다. 시장 경제를 구성하는 각종 제도는 경쟁과 효율성과 투명성 등 교과서에 나
오는 시장 경제의 각종 요건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소수계급의 지대 추구가 더욱 큰 규모로 확대 재생산되고 또 안정적으로 영구
화되도록 보장하는 장치로 디자인되고 있다. 허리가 부러지도록 일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능력이 부족해서, 생산에 기여하는 바가 적어서
그토록 눈곱만한 소득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자본주의가 무시무시한 전쟁터로 변질되어 갈 때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이를 시정하고 바로잡아야 할 각종 정치적, 사회적 영역
의 제도장치들 또한 소수계층의 특권과 안녕을 영구화하기 위한 장치로 변질된지 오래다. 현실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야 할 경제학은 조
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처럼 대중들을 세뇌하고 마취시키는 도구가 되었고 불평등을 시정할 재분배의 마지막 장치인 조세 정책은 소
수계층 부자들의 손아귀에 떨어져 버린 지금 피케티의 유일한 대안인 누진세와 국제적 부유세의 실현 가능성은 멀고도 험난할 것만 같다.
21세기 자본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저서다. 자산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커지면서 소득불평등 역시 점점 심화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습자본주의의 특징이 부(富)와 소득의 “끔찍한” 불평등이라고 꼬집는다. 피케티는 매우 비판적인 시각으로 지난 2백 년 동안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상세히 밝힌다. 피케티는 특히 부가 하는 구실을 집중으로 다뤘다. 국가가 하는 주요한 재분
배 기능이 모두 사라진 자유시장 자본주의에서는 비민주적인 소수 지배가 생겨난다는 것을 주장한다.
이러한 불평등으로 인해 시장 경제가 본래 가질 수 있는 역동성과 효율성과 생산성을 모두 마비시키고 이것이 다시 효율성과 무관한 분배
구조를 고착화시킴으로써 파멸적인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여 사회 전체를 침몰시킨다. 따라서 불평등은 시장 경제의 작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용인해야 할 필요악이 아니라 갖은 노력을 통해서 예방하고 시정해야 할 장애물이다.
사유재산에 바탕을 둔 시장경제는 그대로 내버려두면 특히 지식과 기술의 확산을 통해 격차를 좁혀가는 강력한 수렴의 힘을 지니고 있지만
이런 경제는 또한 민주사회와 그 사회의 기반이 되는 사회정의의 가치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 될 강력한 양극화의 힘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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